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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해양안전 공모전 입상작

- 수상작갤러리

*** 우수상 (박명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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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유익한 해양문화를 위하여
박명서(경기 일반)
교원적체현상이 극심하던 때인 1985년.
교원임용고사에 합격하고도 3월 정기발령을 받지 못한 나는
넉 달 후인 7월 5일 드디어 꿈에 그리던 교직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중간발령지는 강화도 길상면에 있는 K고등학교. 수원 경기도교육청에서 발령장을 받는 날 장학관님이 나를 축하 겸 위로해 주셨다.
“조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강화는 유배지라고 그러는데 그건 옛날 얘기지요. 요즘 교통이 얼마나 좋은데요.”
그리곤 자신은 장학지도차 강화를 자주 방문한다면서 장난삼아 말씀하셨다.
“나중에 저 만나거든 회 한 접시 사 주십시오. 핫핫핫.”
발령일 하루 전 학교에 도착한 나는 교감선생님의 안내로 교장실로 들어갔다. 교장선생님께서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며 먼저 학교현황과 학생들 학력수준 등을 알려주셨다. 특히 3분의 1 이상이 어촌에 사는 아이들이라 생활지도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하셨다. 그리고 잠시 후 무겁게 말문을 여셨다.
“오늘부터 3학년 4반 담임을 맡아주세요.”
나는 정말 뜻밖이었다. 아무리 시골학교라 하더라도 새내기 교사한테 고3담임이라니! 내가 놀라는 표정을 짓자 교감선생님께서 그간의 사정을 말씀해주셨다. 20일 전 4반 담임이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장례기간 동안 임시로 학사일정을 운영해 왔고 이번 주부터는 새로 담임을 배정,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까보다 더 놀랐다. 그래서 학교분위기가 무겁고 가라앉은 느낌이었구나. 아무튼 나는 열심히 하겠노라고 말씀을 드리고 교장실을 나왔다.
이어 나의 반 아이들과 첫 대면을 하는 조회시간. 서먹서먹하기는 아이들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나의 인사소개를 듣는 둥 마는 둥 외면하는 눈치였고 나 역시 죄지은 사람처럼 전 담임의 빈자리에 대해 완곡하게 말을 얼버무릴 뿐이었다.
그날 저녁, 나의 부임을 환영하는 회식자리가 있었다. 술잔이 돌고 여름방학 계획 등으로 화제가 옮겨질 때 나는 옆 자리의 홍 선생님한테 전 담임의 사고에 대해 물었다. 홍 선생님이 잠깐 머뭇거리다가 내게 되물었다.
“선생님은 고향이 어디십니까”
“강원도 홍천입니다.”
“아, 그럼 잘 모르시겠네요. 혹시 바다의 갯골 아세요”
나는 처음 듣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 자신도 사고현장에 있던 학부형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사고의 경위를 전했다.
“돌아가신 권 선생님은 올해 서른여섯인 노총각으로 2년 전에 부임했다. 이곳 강화에 와서 낚시를 배워 작년에 코란도 승용차까지 구입하여 주말이면 바다낚시를 다녔다. 잡은 물고기를 교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걸 더 좋아했다. 구명조끼나 튜브 같은 것도 갖고 다닐 정도로 준비성이 꼼꼼한 분이었다. 사고가 난 날 외포리라는 곳에서 망둥어 낚시를 하였다. 평소처럼 낚시를 끝내고 옷과 장화에 묻은 진흙을 씻으러 물에 들어갔다. 물 깊이는 허벅지 정도 됐다. 그런데 더위를 느꼈는지 수영을 해야겠다며 갯바위로 나와 옷과 장화를 벗어놓고 다시 물에 들어갔다. 이때 갯골에 빠졌다.”
홍 선생님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갯골은 ‘갯벌의 고랑’이라는 말을 줄여서 쓰는 말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면서 갯벌에 생기는 좁고 긴 수로예요.
물이 찼을 때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고 썰물이 시작되면
물살이 빨라져 수영 선수조차도 빠져나오기 쉽지 않죠.”
나는 그의 자세한 설명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기울였다. 모든 사고는, 특히 바다에서의 사고는 정말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일어난다는 것에 동의했다.
며칠 후 조회시간. 출석을 확인하는데 영호라는 학생이 교탁 앞으로 나오더니 수줍은 듯 웬 물건을 건넸다. 그의 손엔 쌀부대가 들려 있었다.
“이거 어제 잡은 건데요, 선생님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헤헤.”
쌀부대 안을 들여다봤다. 거기엔 내 넓적다리만한 커다란 물고기가 세 마리 들어 있었다.
“어제부터 물에 가둬놓았기 때문에 학교 올 때까지 살아 있었어요.”
“이게 무슨 고기니”
나는 생전 처음 보는 큰 물고기에 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
“숭어예요.”
“어떻게 잡았니? 이렇게 큰 걸.”
나는 거듭 입이 안 다물어졌다.
“날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웅덩이가 생기는데 거기서 그냥 건지기만 하면 되죠. 엊그제도 장바구니로 한 가득 잡았어요.”
영호가 자랑하듯 말했다. 다른 아이들도 여기저기서 자신들도 그런 고기는 많이 잡아봤다고 웅성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믿기지 않았다.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곧 방학을 하면 너의 집에 놀러갈 테니까 함께 잡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나는 교무실로 돌아와 영호의 가정환경조사서를 보았다. 아버지 직업이 어부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영호가 살고 있는 선두리 집주소와 전화번호 그리고 찾아가는 길을 대충 메모해두었다. 그런데 그것이 영호와의 마지막 작별인사가 될 줄이야!
방학을 하고 이틀이 지난 7월 23일. 나는 학교 기사님의 오토바이를 빌려타고 영호와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주 유소에 들렀다 돌아오느라고 시간은 좀 지체됐다. 먼지를 휘날리며 멋지게 브레이크를 잡는데 한 학생이 뛰어와 말했다.
“영호가 죽었어요!”
나는 잘못 알아들은 줄 알고 헬멧을 벗었다.
“숭어 건지러 물에 들어 갔다가 빠져 못 나왔대요.”
나는 제자가 죽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허겁지겁 사람들이 모여있는 갯벌쪽을 향해 뛰어갔다. 많은 동네사람들이 빙 둘러싼 가운데 구급대원들이 들것 위를 흰 천으로 덮고 구급차로 옮기려는 중이었다. 나는 다리가 떨려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했다. 오히려 뒷걸음을 치면서 울기만 했다. 주검을 실은 구급차가 떠나고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사고과정을 추측하였다. 그때 사고지역 부근에서 갯지네를 잡고 있었다던 같은 동네의 한 청년이 목격담을 들려주었다.
“이곳 갯벌은 날물이 빠져나간 자리마다 군데군데 조수웅덩이가 생긴다. 물고기를 건지려면 물이 거의 빠진 얕은 웅덩이를 선택해야 한다. 영호는 그곳을 가려고 앞쪽에 가로막혀 있는 깊은 웅덩이를 헤엄쳐 건너려고 한 것 같다. 폭은 길어봤자 약 20여 미터. 물고기를 담을 장바구니를 등에 걸치고 출발한 지 몇 초가 지났을 때다. 영호가 갑자기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닌가. 안간힘을 쓰며 철퍼덕거리는 모습이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다. 앞으로 나오려고 자유형 영법으로 팔을 뻗었지만 나오질 못했다. 힘이 빠졌는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수영을 잘하는 영호가 물에서 나오지 못한 이유는 바로 장바구니 때문이다. 입구에 지퍼가 있는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휴대용 장바구니다.
영호는 장바구니의 손잡이끈을 목에 걸고 등 뒤에
들쳐 멘 형태로 헤엄쳤는데 물이 점차 스며들어 무거워졌고,
당황한 나머지 물 밖으로 나오려고 힘을 썼다.”
듣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기가 차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등에 멘 장바구니에 물이 스며들어가 사람을 잡아당기는 꼴이 될 줄이야! 나도 그 어이없는 사고원인에 한동안 넋을 놓아야 했다.
그날 밤 장례식장에서 나는 영호아버지께 사죄를 했다. 나 때문에 영호가 사고를 당한 것 같아 어찌할 바 모르겠노라고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영호아버지께선 그런 소리 말라며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리고는 영정사진을 응시하며 말씀하셨다.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고 애가 좋아했어요.”
영호아버지께서 한숨을 내쉬다 말을 이으셨다.
“걔가 수영엔 익숙하거든요. 아마 10리도 헤엄쳐 갈 겁니다. 그 짧은 거리를 헤엄쳐 못 나왔다는 게, 저는 그걸 믿지 못하는 거예요. 지 명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거지요, 뭐.”
개학을 맞았다. 영호의 죽음은 학생들에게 또 한 차례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의 평범한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수칙’ 같은 것에서부터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구조요령 그리고 이안류나 조수웅덩이, 갯골 등 위험한 요소 및 지형에 대한 소개까지 더 진화됐다. 심지어 교련선생님은 그림동작으로 나와 있는 트러젠이나 크롤과 같은 구조영법을 프린트로 해서 배부하기도 하였다. 나는 그때 게시판에 붙어있던 ‘이안류’ 현상에 대한 위험성을 지금까지 외우고 있다.
<이안류는 해안 쪽으로 밀려들어 오던 파도가 갑자기 먼 바다 쪽으로 빠르게 되돌아가는 해류를 뜻한다. 이안류에 휩쓸리면 순식간에 바다 쪽으로 밀려나가게 돼 조난을 당하기 쉽다. 이안류는 파도가 치는 지역보다 파도가 오지 않는 평온해 보이는 구역에서 더 잘 형성된다.>
그로부터 무려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제자들이 크고 작은 물놀이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세상 어느 사고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달 전인 지난 8월 2일. 내가 현재 근무하는 학교의 2학년 학생인 승철이가 물놀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는 방학을 하고 일주일이 채 안 돼 일어났다. 방학식날 교내 TV방송으로 학생부장님과 교감선생님이 차례로 <여름철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에 대해 전달교육을 한 게 아직도 눈과 귀에 생생하다. 담임들은 또 종례 때 직접 <물놀이안전수칙>에 대한 유인물을 배부하면서 강조하였다. 그런데 방심이 사고를 불렀다. 장소는 주문진 해수욕장. 친구들과 야영장에서 족구시합을 한 후 바로 물에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심장마비였다. 승철이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담임 입장에서 보면 누가 담임을 맡았어도 그는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점에서 아쉬운 게 딱 하나 있다. 방학식날 그 <안전수칙>을 학생들에게 그냥 형식적으로 배부하지 말고 한 줄 한 줄 강조하면서 확실히 주입시켰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면 사정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족구를 끝내고 물에 뛰어들던 승철이가 종례 때 들은 말이 생각나 몸에 물을 충분히 적신 후 들어갔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면 누가 나에게 욕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방학식날 나는 내가 맡은 반 아이들한테 그렇게 교육시켰다.
안전한 삶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특히 안전수칙과 안전규정을 보다 섬세하고 철저히 교육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사소한 부주의가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서로서로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국민들이 안전사고예방과 의식 변화로 즐겁고 유익한 해양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체험수기 내용 >>
교육현장에서 실제 겪어온 '해양안전'에 대한 이야기로, 즐겁고 유익한 해양문화를 위해서 국민 모두가 '안전의식' 을 새롭게하자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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