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 (김민경) > 2016년 체험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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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해양안전 공모전 입상작

- 수상작갤러리

*** 최우수상 (김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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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이 깊은 수심보다 위험하다
김민경(서울 일반)
해양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는 부분이 있다.
나는 수영도 하지 못하고, 멀미도 있는데다, 바다를 많이 무서워한다. 그럼에도 바다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해양학을 계속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켰을 때 발견할 수 있는 경이로운 바다의 모습들 덕분이다. 한밤중 물도 하늘도 거무스름한 시간에 듣는 배의 털털대는 엔진소리, 잔잔하게 배에 파도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갑판에 앉아있던 밤, 떠내려 오는 해빙과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던 남극의 밤의 차고 깨끗한 공기.
해양을 공부하는 만큼, 나는 많은 시간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연구에 필요한 물이며, 바다 밑 퇴적물, 가끔은 그물을 끌어 작은 플랑크톤부터 큰 생물들을 채집하는 데에 투자한다. 연구항해를 나가면 시간이 곧 금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모두들 각자의 연구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얼마나 좋은 시료를 얼마나 많이 채집했느냐가 아닌 안전하고 무사히 잘 다녀오는 것이다.
해양학도의 길에 갓 입문하고 첫 항해를 떠나기 전, 구명조끼부터 안전장화, 안전모에 이르는 안전장비 일체를 구입해야 했다. 적절한 구매처를 찾아 헤매던 중, 안전모와 구명조끼를 도매하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필요한 수량이 적어 사정 설명을 드리고 구입이 가능한지를 우선 문의했다. 대뜸 주소를 물어보시더니 학생, 열심히 공부하라시며 무료로 조끼와 헬멧을 보내주신 덕에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실제로, 밤낮없이 시료 채취와 실험을 하다보면 홀린 듯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한 덕에 큰 부상을 피한 사례를 현장에서 많이 보게 되었다.
특히 안전장화는 발이 작은 나에게 꼭 맞는 사이즈가 없는데다, 보통 생각하는 방수 장화의 앞코에 쇠가 덧대져있어 무겁기까지 한데, 이는 발등 위로 무거운 장비나 짐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서이다.
이런 안전장화는 특히나 무겁고 불편하지만 사고를 눈앞에서 본 후로는 갑판 위에서 작업을 하게 될 때면 늘 안전장화를 챙겨 신었다.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거대한 상자 모양의 장비를 이용해 바다 속 해저면의 퇴적물을 떠서 갑판 위로 옮겨 내리던 중이었는데, 무거운 장비가 너울에 함께 흔들거렸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장비를 잡아 고정시키려고 갑판에 나와 있었다. 모두들 위쪽을 보느라 정신이 없던 사이, 장비의 한쪽 지지대가 연구원 한 사람의 발등 위로 내려앉았다. 다들 깜짝 놀라 장비를 감아 올렸는데 다행히도 안전장화를 신고 있었던 덕에 발등이 으깨지는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연구항해를 나갈 때면 늘 몸조심하고 안전이 제일이라는 지도교수님과 여러 항해사 분들 덕에 해양학을 공부한 지 5년차가 된 지금까지도 연구 중에는 별다른 사고를 겪지 않았다. 정작 위험했던 사고는 수천 미터 깊이의 바다 위에서가 아닌 1미터 깊이의 워터파크에서 겪게 되었었다. 한번은 거제에서 배가 출항하게 되었는데, 일정보다 하루 일찍 도착하여 친구와 워터파크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구명조끼를 대충 걸치고, 120cm 깊이라고 표기된 인공파도가 있는 풀장에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 헐렁하게 걸친 조끼 아래로 몸이 빠져버리면서 파도에 휩쓸려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파고가 더해진 인공파도는 키를 웃돌게 되었고, 잔뜩 물을 먹으며 발버둥 쳤는데, 그 와중에 스스로도 이런 얕은 물에 빠진 상황이 꿈결처럼 어이가 없었다. 바로 옆에서 파도를 타는 친구도, 안전요원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홀로 조끼에 갇혀 헤매고 있었고, 이상한 낌새를 느낀 친구에게 구조되고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던 적이 있었다. 이 일을 겪고 다음날 배는 출항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깊은 곳은 2,000미터가 넘는 동해안으로 나가면서도 별다른 불안함이 없었다.
해양 여가활동 중 위험할 뻔 했던 또 다른 상황이 있었다. 하와이에 학회를 갔다가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체험하게 되었는데, 물을 무서워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겠다 싶어 산소가 공급되는 헬멧을 쓰고 바다의 해저면을 걷는 체험을 재미있게 마쳤다. 수압이 느껴져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과정부터 겁이 잔뜩 났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명의 안전요원들이 함께하며 안전하게 체험을 마치도록 안내해주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문제는 그 이후였는데, 시간이 남아 옆쪽에서 바나나보트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휴양지이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 활동을 즐기는 곳이니 만큼 굉장히 유쾌한 아저씨가 배를 몰았는데, 나는 수영을 할 줄 모르고 무서우니 타지 않겠다고 두어 번 거절을 했다.
얌전히 배를 몰겠다는 말에 결국 보트에 올랐는데, 살살 운전하던 보트는, 선착장에 다 와서 결국 배를 짓궂게 한 바퀴 돌려버렸고 그 바람에 물에 빠져 깜짝 놀란 나는 구명조끼에 의지해 동동 떠서 서럽게 울어서 아저씨가 굉장히 멋쩍어했었다. 물이 무서우면서도 결국 보트에 올랐던 내 잘못도 컸고, 제대로 착용한 구명조끼 덕에 물을 먹지는 않았지만 크게 놀랐었다. 안전과 재미 사이에서 모두에게 적절한 균형은 다르고, 그러니 안전을 책임지는 분들은 그 선을 최대한으로 낮추어 모두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세월호 사고가 있던 그 날, 우연히도 나는 탐사에 나갈 연구선 선적을 도우러 동해항에 나가 있던 중이었다. 직접 배를 타지는 않는 일정이었기에 짐을 옮겨 실은 뒤 서울로 운전해서 돌아오던 늦은 아침, 여기저기에서 걱정 어린 연락을 받았다. 그날 안개 낀 고속도로, 불안하고 뒤숭숭했던 소식들은 아직도 기억 한 켠 자욱했던 안개와 함께 무겁게 남아있다. 즐거운 여가를 위한, 그 사이의 짧은 이동을 위한 선박이었기에 더더욱 안전교육이 제대로 되었더라면,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었더라면 등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연구항해를 위하여 배를 타면,
가장 먼저 행해지는 것이 안전교육이다.
물론 배를 타기 전에도 일련의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수료해야 한다. 배 위에서는 구명정의 위치, 비상시 탈출구, 구명조끼와 방한복 착용법 등을 숙지하고, 실제사고를 가정하고 각자의 객실에서 대기하다가 탈출구로 모이는 훈련도 받게 된다. 세월호 소식을 들으며, 그리고 워터파크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런 안전교육이 해양 관련 직종에서 뿐만 아니라 어쩌면 쉽게 방심할 수 있어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해양 여가활동에서 조금 더 강조 되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여름에는 홍콩에서 열리는 해양 관련 학회에 참가했었는데, 일정 후 마카오로 하루 관광을 다녀왔었다. 한 시간에도 몇 대씩 페리가 두 곳을 오갔는데, 잔잔한 바다를 빠르게 달리는 페리는 약간은 고속버스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소풍 가는 가벼운 기분으로 페리에 오른 후, 별다른 안내방송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버릇처럼 나는 내 좌석에서 가까운 비상탈출구의 위치를 확인했고, 좌석 아래와 선반 등에 보관된 구명조끼들을 눈으로 확인하였다. 왠지 제대로 된 해양학도 같다는 느낌에 나홀로 뿌듯했던 날이었다.
바다는 나에게 연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벅찬 대자연과 지구를 만나고 그 속의 나를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언젠가 해양학도로서의 여행을 마치는 때가 온다면, 내가 만나온 바다는 안전하고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만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체험수기 내용 >>
얕은바다에서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마주한 여러 가지 위험사례들을 제시하며, 얕은바다에서도 해양안전에 대한 의식이 매우 중요 하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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