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 (우경민) > 2016년 체험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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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해양안전 공모전 입상작

- 수상작갤러리

*** 최우수상 (우경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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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두려운 ‘바다’라는 이름
우경민(인천 일반)
바다란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지 못할 때,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바다’로 떠나는 상상은 생각만으로 가슴 뛰게 한다.
바다는 수많은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인간에게 보고(寶庫)와도 같은 곳이며 갯벌은 생명과 생태계의 숨을 불어넣어 주는 소중한 지구의 호흡기이다. 하지만, 이 대자연의 바다 앞에 우리 인간은 너무도 나약한 존재이다. 수많은 인류가 바다에 수장되기도 하고, 제국이 바다에 잠겨 쇠망하기도 했던 역사가 존재한다. 그리고 멀게는 타이타닉 호의 침몰부터, 가까이는 가슴 먹먹했던 세월호 사건까지 우리 삶에서 해양사고 또한 끊이지 않는 인재와 재해의 산물이다.
너무 거창하게 바다이야기가 시작되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바다가 두려운 존재가 된 사건이 한 번 있었다. 몇 해 전인가 여름휴가를 가지 못했던 우리 가족은 가까운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휴가를 갔다. 집이 인천이라 먼 거리는 아니었고 갑자기 정해진 일정이라 이것저것 급히 챙겨 떠났지만, 바쁜 회사 일에 지친 나와 가사에 시달린 아내에게는 산소와 같은 휴식이 필요했다.
오전부터 시작한 해수욕은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도 계속되었고 아이들과 비치볼 놀이를 한창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물속에서 따끔한 느낌이 들어 얼른 다리를 들어보니 다리 한쪽에 해파리가 붙어있었다. 징그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지만, 얼핏 전에 해파리에 쏘였을 때의 응급처치를 본 적이 있어 우선 얼른 해변으로 나왔다. 해변에 있던 구조대에 신호를 하고 해파리를 떼어내기 위해 주위를 살펴보니, 모래사이로 조개껍질이 여기저기 보였다. 급한 상황이었지만 조개껍질로 조심스레 촉수가 박힌 반대방향으로 긁어내어 일단 해파리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바닷물로 계속 상처부위를 닦아주었다. 하지만 해파리의 독이 퍼지기 시작했는지 상처는 점점 더 부어오르고 아픔이 심하게 느껴져 구조대가 불러준 119 차량으로 병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해수욕장에서는 방송을 통해 해파리 출몰사실을 알리고, 사람들은 모두 해변으로 대피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처치와 함께 다리에 박혀 있는 촉수 제거를 위해 외래의사까지 동원되어 한참을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해파리 촉수가 그리 많이 박히지 않고, 독성이 약해서인지 살의 색도 변하지 않아 의사가 안심을 시켜주었다.
나를 공격했던 해파리는 크기가 작았고,
최초 응급처치도 잘 되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TV에서 해파리에서 쏘였을 때의 응급처치를 방영한 적이 있는데,
유심히 보아둔 것이 참 다행인 순간이었다.
아이들과 아내 모두 걱정 어린 마음으로 병원에서 긴 시간 대기하게 되어 우리 가족의 모처럼의 휴가는 완전 망치고 말았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이들과 아내가 무사해서 다행이었다. 내가 아닌 면역력이나 저항력이 약한 아이들이 해파리의 공격을 당했다면 어쩔 뻔 했을까? 그랬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찔한 생각이 든 건 당연했다. 퇴원하여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고, 바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앞으로 해수욕은 자제해야겠다는 얘기를 아내와 나누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부터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T V뉴스를 통해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해수욕하던 8세의 여자아이가 독성 해파리에 물려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나는 정말 너무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아내와 나는 인터넷 뉴스를 다시 찾아보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내가 당한 사고 이후에 각별히 조심했을 해수욕장에서 그런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 바다는 이렇게 무서운 곳이었던가?
‘8년의 시간을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이를 보낸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우리 가족에겐 비켜간 사고였지만, 결국 다른 가정에 재앙을 불러일으킨 해수욕장 해파리의 출몰은 내 가슴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고 말았다.
4년이 지났지만 그 일 이후로 우리 가족은 바다를 두려워한다. 바다에 가서도 해수욕은 잘 안하게 된다. 최근 해수욕장에서 출몰하는 해파리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깜짝 놀란다. 올해는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갔었는데 곽지 해수욕장에 처가 식구들이 있어 들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사촌들과 함께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성화에 해수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키지 않았지만 해수욕장 일정을 반나절 넣었다.
날씨도 너무 맑았고 해수욕장도 평일이라 한산해서 해수욕에는 그만이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모래놀이와 해수욕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고, 나도 ‘설마 제주도에는 해파리가 없겠지’ 하는 마음에 걱정을 좀 내려놓았던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한 세 시간쯤 놀았을까? 사이렌과 함께 방송이 나왔다. “현재 해수욕장에 해파리가 출몰하였으니, 해수욕장을 이용하시는 여러분께서는 모두 밖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앗, 여기도 해파리가 나오다니! 제주도 청정바다도 해파리의 출몰은 막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해변에 나와 아이들과 모래성을 만들고 있는데, 멀리 구조대원들이 커다란 어망에 해파리를 잡아서 끌고 온다. 성인남자가 혼자 끌고 오기도 힘들 정도의 커다란 해파리였다. 아이들과 함께 다가가 보니 그 크기가 상당하다. 이런 해파리에게 쏘이면 진짜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결국 그날도 그렇게 모래놀이로 마무리를 했지만, 바다에서 맘껏 해수욕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못내 아쉬워했다. 다행히 피서객들 모두 안전했다는 것에 위안을 느꼈다.
그렇게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해수욕장에 배치된 구조대원들이 수시로 잠수하여 해파리 출몰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해수욕을 하면서 본 구조대원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해 물속과 물 위를 동시에 감시하며 소중한 생명지킴이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가끔은 구조대원들의 통제가 귀찮고 심하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그들의 존재가 정말 소중히 느껴졌다.
해파리의 증가는 폭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최근 많은 피서객들에게 위협이 되는 이안류도 결국 같은 이유다.
이안류로 미국에서만 매년 백여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결국 이런 사고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난이다. 나 자신도 소비생활에 익숙해져 있고 가정에서 직장에서 쓰레기를 배출하며 자연스럽게 지구온난화에 일조하고 있기에, 내가 겪은 해파리와의 인연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무방비로 우리의 바다를 위험에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와 환경단체들을 필두로 오존층 파괴의 원인이 되는 오염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제를 비롯한 많은 정책과 노력을 하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통해 아파트 단지별로 음식물, 종량제 쓰레기 줄이기 포상을 하는 등의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가 피해를 직접적인 피해를 겪지 않은 이상, 체감하는 범위는 그리 크지 않다보니 그 효과가 아직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해수욕장에서 독성해파리의 출몰을 근본적으로 막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버린 비닐봉투 하나가 자연에서 썩어 없어지는 시간이 300년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는 해파리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서 몇 백 년이 걸리는 환경정화 노력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해수욕장 피서객들을 바다생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낼 수는 있다.
내가 구조대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해양 구조대가 있고, 해양 경찰도 있다.
그리고 예전보다 경보와 방송을 통해 빠른 대처로 피서객을 안전하게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로 이제는 해수욕장에서 인명사고가 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와 그 부모에게 애타는 마음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왠지 모르게 내가 겪어야 할 일을 그 아이가 겪은 것 같은 미안함.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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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인한 해파리의 증가로 바다에서해파리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경각심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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