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이지희) > 2016년 체험수기

본문 바로가기

유튜브채널 보기 인스타그램 보기 페이스북 보기

2016년 해양안전 공모전 입상작

- 수상작갤러리

*** 우수상 (이지희) ***

페이지 정보




본문

내가 이곳에서 배운 것
이지희(인천해사고등학교 2학년)
바다에서 직접적인 일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고들에 대해 많이 듣곤 한다. 세간에 뉴스였던 세월호 사고부터 돌고래호 전복사고 그밖에도 기름유출, 좌초, 화재 등 참 많은 일들이 터진다.
나는 “금일 ○○시 부산 앞바다에서 한 선박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와 같은 뉴스는 듣지만 “안전모 미착용으로 인해 선원들이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라는 식에 내용은 들어 보지 못했다. 세월호와 같은 사건들에 비해 큰 뉴스거리가 되지는 못하지만 잘못하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인데 말이다. 작은 불씨가 큰 불이 되듯이 우리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해사고에 입학해서, 또 한우리호의 실습을 통해 이 사실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해양사고에 대한 나의 인식은 명확하지 않았다. 안전에 대한 인식은 있었으나 그것은 막연했고, 해양사고라 하면 화재, 침몰 등 큰 사고만 해당되는 줄 알았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학교 덕에 우리는 관련 교육들도 많이 받고 수많은 학교 규제 하에 통제받게 되었다. 거수경례, 제식, 복장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이것저것 학교생활에 필요한 사항들과 규칙들에 대해 배워갔다.
많은 규칙들 중에는 왜 지켜야 하는지 이해가 되는 것이 있는 한편 ‘내가 왜 이걸지켜야 하지’라는 규칙들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기숙사에서 샤워하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 슬리퍼를 신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난 이 규칙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처음 이 규칙을 모르고 슬리퍼를 신다 지적받았을 때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예의가 없어 보여서 그런가’ 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후에 이유를 알고 보니 배는 모든 것이 단단한 철재로 돼있기 때문에 조금만 부딪히고 넘어져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긴 학교고 배에 가면 당연히 신발을 신지 누가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닌다고 그러지’ 하며 내심 투덜대고 있었다. 사소한 것에 지적받고 눈치보는 것도 싫었다.
집합시간에 슬리퍼를 신고 나오는 사감 선생님도 계셨고 복도에서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선배들도 꽤 보였다. 그럴 때면 반감이 들기도 하고 저분들도 저렇게 신는데 왜 나는 신지 못하게 하는지 화가 나기도 했다. 이성적으로는 이유를 알지만 몸은 더 편한 것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나는 1학년 학교생활 동안 씻으러 갈 때를 제외하곤 신발은 신고 다녔고 그렇게 1학년이 끝난 뒤 우리는 부산에 한우리호에 실습을 오게 되었다.
이곳에서도 많은 규칙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학교와 비슷했고 역시 학생공동 구역을 제외하곤 선내에선 슬리퍼 착용이 금지돼 있었다. 초반에는 항상 운동화 또는 안전화를 신고 다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에서와 비슷한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물 뜨러 갈 때나 바로 옆방에 있는 친구 방에 갈 때 그 가까운 거리를 가는데 신발은 신는 것이 귀찮았고 특히 맨발일 때는 양말을 신고 신발은 신어야 하는 과정이 더더욱 귀찮았다. 한번은 무슨 일 때문에 5deck에 위치한 부원, 교원 분들의 거주구역에 간 적이 있었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갑자기 어느 한 곳에 시선이 멈췄다. 한 부원 분이 신발이 아닌 슬리퍼를 착용하고 계셨던 것이다.
물론 내가 잘 못 본 것일 수도 있었고 그 후로는
다른 분들이 슬리퍼를 신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종종 그 모습이 떠올랐고 왠지 ‘그분도 그랬는데’
하며 나 역시 느슨해졌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러면 안 되는 줄은 알지만 휴게실에 모여 있는 친구들과 얘기가 하고 싶었다. 몇 발자국 안 되는 거리라 양말만 신은 채 누구한테 들킬 새라 서둘러 문 앞으로 갔는데 그만 발을 헛디뎌 문턱에 새끼발가락을 세게 찧었다. 전에도 집합시간에 늦을까봐 서둘러 가다가 여러 번 발을 찧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운동화 또는 안전화를 신은 상태라 별로 아프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발을 신지 않은 채 그대로 박아버리니 그 고통이 참 컸고 꽤 세게 부딪혔던지 몇 시간 동안이나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뒤로는 가까운 거리에 가도 신발은 꼭 신으려고 노력한다.
신발과 관련된 것 외에도 비슷한 규정들이 많이 있는데 안전모와 실습복에 관한 규정들이 그것이다. 사실 학교에서도 그렇고 나와 같은 항해과 친구들은 입출항 작업 또는 비상대피훈련을 제외하고는 안전모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 기관실에 내려갈 때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지만 나는 기관실에 내려갈 일도 없었고, 비상대피 훈련 때도 안전을 위해서라는 건 알았지만 ‘죽을 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 번거롭게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내게 따끔한 충고를 주려했는지, 안전모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날도 어떤 이유로 안전모를 착용하고 지정장소로 가는 날이였다. 나는 급하게 가느라 이동하면서 안전모를 쓰고 있었고 대강의실의 선미 쪽으로 나가는 문 앞에 다다르기 전 안전모 착용을 마쳤다. 문턱을 넘어가려는데 그 순간 쇠로 된 문 윗부분 틀에 머리를 박았고 그대로 목이 꺾이며 우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 선미 쪽으로 나가는 문의 높이가 낮아 숙이고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걸 깜빡했던 것이다. 순간 어지럽고 목이 뻐근했다.
그러면서 방금 전 내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더라면
큰 부상을 입었을 거고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실습복과 관련된 일화도 있다. 항상 근무복 또는 체육복만 입던 우리에게 실습복이 보급되었다. 실습복의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실습복의 길이였다. 실습복의 하의는 내 다리보다 길어 몇 번 접어 입어야 했고 상의는 애매하게 내 손등을 가렸다. 그리고 나는 다한증이 있어 틈만 나면 땀으로 소매가 축축하게 젖게 되어 자주 소매를 걷고 다녔다. 그러다가 퇴선훈련이 있던 날, 한 친구가 소매를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고 후에 선생님께서 배에는 위험하거나 날카로운 물건들이 많기 때문에 맨살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그 말을 들은 뒤 얼마 안 되어 한 친구의 소매 부분이 걷혀 있어 무심코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친구에 팔에 칼에 베인 것처럼 긴 상처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니 선미에서 대강의실로 가는 길에 있는 기관장비에 데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그곳을 지나갈 때는 실습복 소매 부분은 걷지 말고 조심해서 다니라고 충고해 주었다.
나는 실습기간 동안, 작은 부주의가 얼마나 치명적인 사고의 결과를 가져오는지 깨달았다. 선내에선 신발 신고 돌아다니기, 갑판 작업 시 안전모 착용하고 소매 걷지 않기, 선상에서 뛰지 않기. 모든 것이 사소하고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나에게는 실습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실 우리는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지만 당장은 사고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무심코 지나치는 것 같다.
작은 것들에도 주의를 기울이자!
작은 불이 큰 산을 모두 태우듯이 무심코 하는 행동이
내 몸이라는 큰 산을 상하게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체험수기 내용 >>
선박실습을 하면서 경험했던 안전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통해 매사에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을 실천 하자는 내용

유튜브채널 보기 인스타그램 보기 페이스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