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황선오) > 2016년 체험수기

본문 바로가기

유튜브채널 보기 인스타그램 보기 페이스북 보기

2016년 해양안전 공모전 입상작

- 수상작갤러리

*** 우수상 (황선오) ***

페이지 정보




본문

해양안전 선물
황선오(대전 일반)
“이보게 황 선생 집에서 뭐하시나”
일요일이라서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있는데 밖에서 웅성거리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동네 친구 셋이 서 있었다.
“꽃게 그물을 걷으러 가는데 같이 가겠나”
나는 언제부터인가 동네 친구들에게 꽃게 잡는 모습을 구경시켜달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들은 그 말을 기억하고 일요일에 물때에 맞춰 나와 같이 가자고 데리러온 것이었다. 나는 그런 친구들이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그래서 선뜻 그들을 따라나섰다.
우리 집은 대전인데 도시와 농촌 간에 순환 근무가 있을 당시 태안의 안면도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다. 대전과 가까운 공주나 논산에서 근무를 해도 되었지만 그러면 대전으로 재전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그래서 차라리 도서벽지인 안면도 근무를 자청한 것이다. 그곳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를 하면서 그 동네에 사는 원주민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들 중 꽃게를 잡는 어부가 한 사람 있었는데 내가 어로활동을 한 번 체험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FRP로 만든 조그만 배를 이용해 근해에서 영세 어업을 하고 있었다.
“내가 오늘 황 선생에게 꽃게를 실컷 먹게 해줄게.”
우리 넷은 배에 올랐다.
사실은 FRP로 만든 조그만 배이기에
2명이 정원인데 넷이 승선한 것이었다.
좀 불안했기에 내가 배 주인인 친구에게 물었다.
“괜찮겠어”
“괜찮아. 넷이 타 본 적이 많아. 그런데도 아무 일이 없었다고…….”
여럿이 타 본 경험이 있다는 그의 대답을 들으니 좀 안심이 되긴 했으나 왠지 찝찝했다. 물론 배에 구명조끼는 있지도 않았으니 착용하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우리는 어장을 향해 달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는 생각만 했지 승선인원이 많다는 것은 금방 잊어버렸다.
“자, 그물을 걷어보자고.”
어장에 도착한 우리는 함께 그물을 걷었다. 그물에는 커다란 꽃게가 줄줄이 걸려 올라왔다. 그물에서 꽃게를 떼놓자 파닥파닥 뛰는 것이 무척 싱싱했다. 친구가 그런 꽃게의 뒷다리를 힘껏 잡아당기자 하얀 살점 한 덩어리가 묻어나왔다.
“황 선생. 자, 한 잔하자고.”
그는 준비한 소주를 대접에 따랐다. 그리고 꽃게 뒷다리 살을 초장에 꾹 찍어 내게 건넸다.
“아니, 소주를 대접으로 먹으라고”
“원래, 뱃놈들은 그렇게 먹는 거야. 술잔도 한 개밖에 없으니 빨리 비우라고”
소주 한 잔을 마시고 꽃게 뒷다리를 입으로 베어 무니 ‘물컹’하는 꽃게 살의 환상적인 맛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었다. 우리는 술을 서로 권하며 마음껏 마셨다. 그 뿐이 아니었다. 꽃게의 등딱지를 떼니 빨간 알이 수북하게 들어 있었다. 그 맛 역시 최고였다. 그렇게 먹는 것을 그들은 꽃게 회라고 불렀다. 초장 없이 먹어도 비린 줄을 몰랐다.
“바다에서 술을 먹으면 취하지 않는다고.”
친구의 말을 믿고 나 역시 주량을 넘어서 마셨다. 안주가 좋았던지 바다가 좋았던지 정말 덜 취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한참 작업을 하다가 급기야는 술김에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까지 불렀다. 그물을 걷어 꽃게를 추린 다음 다시 그물을 바다에 넣었다.
“이제 내일 다시 걷으러 오면 된다고…….”
친구는 술김에 어장에서 좀 떨어진 섬을 한 바퀴 돌아보자고 제안을 했다. 나 역시 술이 얼근한 김에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좋다고 그들을 부추겼다. 친구는 배의 속도를 높였다. 육지에서 자동차 경주를 하듯 달렸다. 그 역시 술에 취했던지 배의 키를 자유자재로 꺾었으니 어떤 때는 배가 반쯤 기울어 돌아갈 때도 있었다. 그렇게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돌다보니 스릴이 있었고 술이 취했으니 속도감도 무뎌졌다.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
한참을 그리 달리다 배가 코너링을 하는 순간 배의 키를 너무 많이 꺾었던지 배가 뒤집어지고 말았다. 나는 물에 빠지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내둘렀다. 사실 나는 수영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실력은 되었다. 친구들도 바닷가에 살았으니 수영에는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저만큼 엎어진 배까지 해엄을 쳐 가서 뱃전에 매달렸다. 아주 멀리서 꽃게 조업하는 다른 큰 배가 보였으나 우리의 사고를 눈치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다친 곳은 없지”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엎어진 배전을 붙잡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배가 우리를 발견해 주기만 바랄 뿐이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9월 말의 햇볕은 따가웠지만 바닷물을 꽤 찼다. 1시간 넘게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 가끔씩 졸음도 몰려왔다. 아마 좀 전에 먹은 술이 깨면서 피로가 몰려왔기에 그런 것 같았다.
“졸면 안 돼. 좀 있으면 조업을 나갔던 배들이 포구로 돌아올 시간이야. 그때면 우리는 발견되어 구조될 수 있어.”
친구가 정신 차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엎어진 우리 배를 향해 달려오는 배가 보였다. 그들은 바로 우리와 같은 포구에서 출항한 어선이었다. 우리는 그들에 의해 구조가 되었다. 우리를 구해준 어부는 친구들과도 잘 아는 대선배였다. 친구의 FRP 배를 큰 배 뒤에 매달았다. 그리고 포구로 돌아오면서 선장이 해주는 말은 머릿속에 콕콕 박혔다.
“나도 예전에 너희들같이 조그만 배로 고기를 잡을 때
술을 먹고 객기를 부려본 적이 있었지.”
그러면서 늙수그레한 선장은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오면 절대 술을 입에 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배에서 술을 먹는다는 것은 육지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며 술을 먹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또 조그만 배에 정원을 넘겨 탄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근해라 해도 조업을 할 때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30년도 넘게 바다를 누볐다는 베테랑 어부의 충고를 듣고 있자니 우리들이 얼마나 어리석게 행동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배를 끌고 왔으니 수리를 한 후 다음부터 배를 탈 때는 정원초과를 해서는 안 되네.”
마지막으로 선장의 충고를 듣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대전으로 발령을 받았다. 동네에서 2년 이상을 사귄 그들과 헤어지자니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다. 나는 태안 읍내로 나와 해양안전용품을 파는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구명조끼를 2벌 샀다.
“여보게 친구. 내가 안면도를 떠나며 친구에게 주는 안전이라는 선물이네.”
나는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내밀었다.
“그렇잖아도 구명조끼를 구입해 항시 입고 조업을 하려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선물로 사주다니 고맙네.”
이렇게 천수만의 바다에서 죽을 뻔했던 나는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남기고 안면도를 떠나 대전으로 왔다. 그 후 우리는 서로 전화 연락을 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때때로 그가 보내준 건어물을 먹으며 지난 일을 회상한다.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내 잔소리에 친구는 내가 선물한 구명조끼를 입고 조업하는 모습을 찍어 나에게 전송해준다. 그 모습을 보면 나 자신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우리는 안전장구도 갖추지 않고 ‘설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바다에서 정원을 초과해 승선한 후 유람하고, 낚시를 한다. 심지어 어부들은 안전규정을 어기면서 안전장구 하나 없이 날마다 조업을 한다. 어디 그뿐이던가? 바다에서 술을 먹는 것은 아주 일상화되었다. 그러니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피해는 바로 우리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우리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안전 불감증을 과 감히 떨쳐내고 안전에 조그만 틈이라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바다를 터전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안전장구를 준비해 자신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 또 바다를 즐기기 위해 찾는 관광객은 선박의 책임자에 안전한 여행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니 안전시설에 문제가 없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살펴야 할 것이다. 레저 활동으로 바다를 즐기는 낚시꾼 역시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다. 낚시를 하면서 음주를 한다거나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고 섬의 벼랑에 매달려 낚시를 하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이다.
이제 우리도 사고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설마 괜찮겠지’에서 ‘이래서는 안 되지.’로 바꾸어야 한다.
그럴 때 해양안전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체험수기 내용 >>
교육현장에서 실제 겪어온 '해양안전'에 대한 이야기로, 즐겁고 유익한 해양문화를 위해서 국민 모두가 '안전의식' 을 새롭게하자는 내용

유튜브채널 보기 인스타그램 보기 페이스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