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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해양안전 공모전 입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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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이윤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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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의 위력
이윤재
우리는 작년 세월호 사고라는 끔찍한 일에 온 국민이 눈물지었고 다 피워보지 못하고 죽어간 어린 학생들을 가슴에 묻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며 해양경찰을 나무라는가 하면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들먹이는 사건에 휘말리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런데 그런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 지난 9월 5일 추자도에서 해남으로 낚시꾼을 싣고 돌아오던 ‘돌고래호’가 또 사고를 당해 인명의 손실로 이어졌다. 그러면 왜 이런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가? 이는 국민들이 해양안전에 대한 불감증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설마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설마가 사람 잡는다.’ 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안전을 꼼꼼히 챙기지 않고 ‘설마’라는 우연에 생명과 재산을 맞기기에 빈번한 해상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버지, 엄마 좀 모시고 외국 여행 좀 한 번 다녀오시죠.”
나는 딸의 권유로 올 봄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배트남의 하롱베이는 세계 자연유산 중 그 절경이 빼어나다 하여 우리 부부의 여행 목적지로 정했다. 베트남의 하롱베이에 도착해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물위에 떠있는 섬을 구경하는 것이 여행의 일정이었다. 우리 일행이 배에 오르자 선상에는 바다에서 잡은 생선으로 요리한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물론 술도 있었다. 여행에 들뜬 우리 일행은 서로 술을 권하고 마시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여보, 당신은 술을 드시지 말아요.”
웬일인지 아내가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이 푸짐한 안주를 보고 술을 먹지 말라고?”
“이 넓은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모르는데 당신이 술을 마시면 위험에 어찌 대처하겠어요? 나는 수영도 못하는데…….”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나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여행객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유유히 떠가는 배 위에서 마시는 술맛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더구나 하롱베이의 이국적 경치는 얼근하게 취한 우리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으니 춤과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취기가 오른 상태로 섬에 내려 주변을 관광한 다음 작은 배로 옮겨 타게 되었다. 하롱베이 최고의 명소를 구경하자면 조그만 배로 바위 구멍을 통과해야 하기에 큰 배로는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가이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우리 부부는 구명조끼를 준비해 주셔야 작은 배에 타겠어요.”
어느 누구도 구명조끼를 달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유독 아내만 구명조끼를 달라며 버텼다. 술이 얼근한 김에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간 창피한 것이 아니었다.
“왜 그래? 남들은 가만히 있는데……. 그리고 구경하는데 20여 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잖아.”
내가 구명조끼를 요구하는 아내의 옆구리를 꾹 찌르며 창피하다고 제지를 했다.
“남의 눈이 중요해요. 내 목숨이 더 중요하지. 그리고 20분이면 사람이 열 번도 더 죽을 시간이에요.”
결국 가이드는 아내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큰 배에 비치되어 있던 구명조끼를 2개를 떼어내 나와 아내에게 입혀주었다.
“불과 20분이면 관광을 마칠 수 있는데 굳이…….”
가이드가 20분을 강조하며 불만을 토해냈으나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툴툴거리는 가이드가 미안했던지 구명조끼를 더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술을 먹은 사람들이 아주 작은 배로 갈아타면서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자신이 챙기지 않았던 것이다. 나 역시 불편한 구명조끼를 입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으나 아내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구명조끼를 입었다. 다른 사람들은 가벼운 복장으로 관광을 즐기고 있는데 우리 부부만 두툼한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것이 왠지 낯설었다.
나는 원래 서산의 바닷가 마을에서 낳고 자라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다. 어려서 여러 번 바닷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일도 있었고, 청년 시절에는 바다에 빠진 사람을 건져준 일도 있었다. 그래서 바다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남들이 구명조끼를 요구하지도 않는데 우리 부부만 구명조끼를 요구했으니 여간 창피한 것이 아니었다. 아주 조그만 보트는 우리 일행을 싣고 빠른 속도로 달려 바위 구멍 앞에 다다랐다. 그리고 바위 구멍을 통해 들어가 구경하는 경치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경치를 구경하고 큰 배로 돌아오는 길에 보트의 선장은 관광객을 위해 보트로 여러 가지 묘기를 보여주었다. 배의 속도를 높여 달리다가 갑자기 서는가하면,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급회전을 하면서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와, 정말 스릴 있다. 더 달려 봐요.”
관광객은 더 큰 자극을 느끼려고 선장을 부추겼고 보트는 더 높은 속도로 달리며 급회전을 하곤 했다. 이런 위험한 행동은 비단 우리 보트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보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몇 번인가 급회전을 하다가 어느 순간 배가 회전을 하다가 달리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뒤집어지고 말았다. 순간 관광객은 모두 바다로 쏟아지고 배는 뒤집혀 물위에 둥둥 떠 있었다.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은 허우적거리며 발버둥 쳤고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아내는 비명을 질렀다.
“여보, 당신은 괜찮아. 구명조끼를 입었으니 그냥 가만히만 있어 그러면 저절로 물 위에 뜰 테니까”
나는 놀란 아내를 진정시키고 헤엄을 쳐 아내를 끌어 엎어진 보트로 옮겼다.
“이 난간을 잡고 가만히 있으면 괜찮을 거야, 누군가 구하러 올 거야. 당신은 구명조끼를 입었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나는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헤엄을 쳤다. 나는 한 사람씩 끌어 엎어진 보트로 옮겼다. 사실이지 나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면 감히 다른 사람들을 구할 엄두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나 살기 바빴을 테니까. 그러나 나와 아내는 구명조끼를 입었기에 여유가 있어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덤빌 수 있었던 것이다. 멀리서 사고 모습을 보고 다른 보트가 달려와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시체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갈 뻔 했어.”
육지에 도착해 아내를 추켜세우는데도 아내는 그 때까지 떨기만 할 뿐 똑바로 대답도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날 사고로 중국인 관광객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아내는 휴대폰을 바다에 빠뜨리고 말았다. 이런 일로 여행은 죽을 쑤고 말았다. 베트남 경찰에 당시의 상황을 증언해야 한다기에 모든 일정은 취소되고 말았다. 결국 우리 부부는 구명조끼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다른 사람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니 아내의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승리를 거둔 것이었다.
올해 사고를 당한 ‘돌고래호’ 역시 승선한 낚시꾼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분명 ‘설마 괜찮겠지’ 하는 설마가 사람을 잡은 것이다.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게 배를 운항한 선장의 책임도 있겠지만 자신의 생명은 자신이 지키려는 안전 불감증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해양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바다에서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려는 생각은 등한시한 채 사고가 나면 으레 구조가 늦었다고 해양경찰만 탓한다. 오가는 보트가 많고 보는 눈이 많은 관광지에서도 사고가 나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데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서의 사고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의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를 항해한다 해도,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면서도, 구명조끼를 입어 자신의 생명은 자신이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다. 또 배를 운항하는 선장도 항상 날씨를 체크하고 무리한 운행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제 ‘설마 괜찮겠지.’ 라는 우연에 우리의 목숨과 재산을 걸어서는 안 될 것이다.
체험수기 내용 >>
갯벌에서 베트남 하롱베이 여행시 구명조끼를 착용한 덕분에 목숨을 구했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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