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 (김국주) > 2015년 체험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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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해양안전 공모전 입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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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수상 (김국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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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련활동을 지도하면서...
김국주
드넓은 바다를 동경하면서도 막상 쉽게 놀러갈 수도 없는 나이로 살아가다가 2015년 무작정 대천해수욕장에 위치한 학생임해수련원에 파견교사로 가게 되었다.
해양수련활동은 교사로 재직하면서 여러 차례 학생들을 인솔해서 다닌 경험이 있었지만 직접 수련활동을 지도하기는 처음이었다. 돌아보니 해양수련활동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초기에 수련활동을 갔을 때에는 해병대 캠프식의 학생지도로 힘든 신체활동을 통해서 극기체험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보며 다 그런 거라고 애써 위로 하는 게 전부였다. 그때는 딱히 안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주의할 점 몇 가지를 얘기하고 지시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벌을 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인식을 가지고 수련활동을 지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해병대 캠프식의 수련활동은 하지 않는다. 수련활동의 의미 상 다소 어렵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는 체험을 가지고 있지만 강제로 하기 보다는 활동에 의미를 부여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전 활동에 걸쳐서 매 활동 간 예상되는 안전사고 유형, 주의해야 할 점, 안전장구 착용법, 안전용품 사용법 등 다양한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의 바탕에는 2013년의 태안 해병대 캠프,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의 교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피지도 못한 학생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기에 더욱 마음에 다가오는 그 사건들은 안타깝다는 말로는 부족한 뭔가가 있다.
두 사건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과 논점들이 있겠지만 실제 해양수련활동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나름의 생각이 있다.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에서는 수련활동 지도자들의 안전의식과 인솔하는 학교지도교사들의 행동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안전을 무시하고 ‘복종하라’는 식의 과거의 지도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구명조끼와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비 착용도 없고, 갯골과 같은 현장 상황의 주변 위해요소 파악도 하지 않은 무책임한 지도가 가져온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활동시간의 끝나가는 시점에서의 사고이기에 ‘이제 곧 끝나겠구나’하는 생각으로 긴장의 끈을 놓아 버려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울러 학교지도교사들의 사제동행이 없었던 점도 먹먹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일 듯 싶다.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안전사고 세월호! 그 때 나는 학생들을 데리고 운동시합에 참가하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TV에서 배가 침몰했고 학생들은 전원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다행이네” 하면서 다시 갈길을 갔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다음날 전국이 뒤집어졌다. 사고의 원인과 구조의 문제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수개월을 걸쳐서 쏟아져 나왔다. 사후약방문격의 이야기들은 희생자들과 그 유족에게 별다른 위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그들의 아픔에 공감했고 다시는 그런 일을 겪어서는 않된다는 공동의 생각을 남겼다. 그에 따라 안전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바뀌었음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4년 세월호 사고를 보는 나의 관점은 그냥 방관자일 수만은 없었다. 매년 겨울 운동부 학생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다녔기 때문이다. 완도항에서 출발해서 제주항으로 가는 3시간여 뱃길동안 그저 갑판에서 사진을 찍는다던지 객실에서 잠을 청하는게 전부였던 태도가 얼마나 안일하고 위험한 일인지 가슴 깊이 다가왔다. 그 해 겨울에도 제주도 전지훈련 가게 되었는데 전과는 달리 구명조끼의 위치와 착용법, 비상대피 경로 및 구명정의 위치와 같은 안전사항에 대해 학생들에게 안내와 교육을 하였다. 인솔자 개인적인 안전조치와 더불어 항구에서는 세세한 승선인원파악과 안전사항에 대한 자세한 안내방송 등을 들을 수 있었다.
파견생활을 시작하면서 각종 연수와 교육을 받게 되었다. 인명구조요원 자격 취득을 시작으로 국민안전처에서 실시하는 연안체험활동 안전교육 등 외부 교육과 더불어 자체적으로 많은 교육을 하였다. 반복되는 교육에 지쳐갈 때 즈음 한가지 일이 있었다.
7월 초에 보령의 한 여고가 해양수련활동에 참가하였다. 둘째 날 노보트활동과 더불어 바나나보트 체험을 하였는데 나는 바나나보트의 맨 뒤 자리에 학생들과 함께 탑승해 안전요원의 역할을 하였다. 짜릿한 속도감과 들썩이는 스릴에 활기찬 여고생들은 소리를 치르며 좋아했다.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과정에서 바나나보트 왼쪽이 살짝 들리며 오른쪽에 탔던 학생 둘이 그만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어~”하는 순간 머릿 속에는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일단 같이 뛰어들어야 하는 생각 속에서 달리는 속도 때문에 멈칫하는 마음이 들었다. 익수자 발생을 외치고 뛰어들었다. 불과 1,2초 사이였지만 물에 빠진 학생들과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지고 말았다. 학생들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헤드업으로 헤엄을 치며 열심히 가고 있었다. 그 때 들려오는 학생들의 목소리... ‘선생님, 빨리 좀 와요.’ 학생들과의 거리도 있었고, 바다에서 수영이 어려움 점을 핑계하더라도 수영실력이 부족한 점은 부끄러웠다.
연안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에서 둥둥 떠 있는 여고생들의 태연한 모습이 웃기기도 하면서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은 안전교육과 그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는 태도가 아니었나 싶다.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착용법을 알려주고 입으라 하면 보통 다리사이로 매는 줄을 잘 안 매려고 한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다소 민망한 모양새로 보여지기 때문에 특히 사춘기를 지나는 학생들은 설렁설렁하는 경우가 많다. 이 학생들은 잘 따라 주었을 뿐 아니라 빠졌을 때의 대처방법도 교육 받은 대로 하였다. 당황하지 않고 구조를 기다렸으면 체력 유지를 위해 살짝 뒤로 누워있으면서 여유롭기까지 한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이 있는 곳까지 헤엄쳐 함께 물 위에 떠 있으면서 구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안 무서웠어?”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괜찮아요”라고 말하면서 텀벙거리는 것이 흡사 물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나의 불안했던 마음은 바나나보트에서 뛰어내릴 때 잃어 버렸던 모자와 함께 사라지고 평안할 수 있었다.
우리는 무사히 구조되어서 해변에 도착을 했고 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그 날 그걸로 끝은 아니었다. 일부러 빠진 맹랑한 여고생이 2명 더 발생했고 역시 아무 탈 없이 구조되었다. 그렇게 그날은 지나갔다.
그 날을 돌아보아보니 해양안전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안전은 불편하거나 모양새가 우스꽝스럽다해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볼품 없다해서 구명조끼를 대충 입었다면, 헬멧을 쓰지 않았다면 그 속도에서 물에 빠진 학생들은 머리에 충격을 받거나 구명조끼가 벗어졌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러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 내린다.
둘째, 반복과 실전 같은 연습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날 구명조끼 착용법 교육과 착용상태 확인을 여러 번 했을 뿐만 아니라 바나나보트를 타기 전 노보트 체험을 하는 중에 인명구조 연습으로 바다에 빠져 보고, 보트 위로 친구들을 들어 올리는 활동이 있었다.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미 물에 빠져본 실전 같은 연습 경험은 학생들로 하여금 구명조끼의 중요성과 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라는 백 마디 말보다 값진 것이었으리라
셋째, 지도교사로서 또한 안전관리요원으로서 그 역할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함을 느꼈다. 사설 업장에서는 바나나보트와 같은 워터슬레이드 탑승 시 안전요원이 탑승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번 일도 만일 그랬다면 학생들은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또한 인명구조요원으로서 수영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지... 해 오던 대로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긴장을 늦추고 활동에 임하지는 않았는지...
그 후로 수련활동 중 해양사고는 없었지만 나는 그 날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여름 방학 수련활동이 없는 중에는 자체 연수를 비롯하여 대한적십자 보령시인명구조봉사회에 가입해서 구조요원으로 틈틈이 활동하여 인명구조, 응급조치 및 안전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을 하였고, 해양경비안전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연수에 참가하여 실제 선박 및 각종 시뮬레이션 장비를 활용한 선박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얼핏 그날 일은 사소한 헤프닝일지 모르지만 나 자신에게는 풍랑의 바다를 지나 잔잔함의 소중함을 느끼는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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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해양수련활동을 지도하면서 바라보는 해양사고 및 안전사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양안전의 중요성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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