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김정용) > 2015년 체험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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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해양안전 공모전 입상작

- 수상작갤러리

*** 우수상 (김정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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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하고 또 점검하고
김정용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철없이 함부로 덤빈다’는 의미인데 이 말을 어떤일에 대입하면, ‘초보자이면서 잘 아는 척 한다’는 말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속담은 어부로 첫발을 디딘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 되었다.
바다일에는 초보자인 주제에 안전을 책임져 줄 통신 수단을 소홀하게 여겨 두 번의 고역을 치러야 했으니 말이다.
당시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도 오지 않으면 바다에서 죽는건가?’하는 두려움의 시간을 보냈던 터라, 다른 사람들은 나같은 실책을 범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나이.
나는 딱 그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건강이 좋지 않은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친구들의 성원과 아내의 격려에 힘입어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소형 선박을 한 척 구입했다.
‘어부들은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던데 무조건 조심하세요’라며 불안해하는 아내에게 큰소리도 쳤다.
“그래도 내가 중학교때까지는 뗀마(아주 작은 나무배의 통칭)를 끌고 고기를 잡았다 아이가. 그때 그 감각이 아직도 남아있으니 내가 배에서 죽을 일은 없을 거다. 기대해보거래이.”
하지만 7월 초에 배를 구입하고 첫 출어를 위한 준비를 갖추는 데는 2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어린 시절 조그만 목선이 갔던 얕은 수심은 물론이고 바다전체가 30년간 변해도 너무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다 속 지형이 변했고, 수심은 더 깊어졌으며, 궁극적으로는 어자원이 많이 고갈되어 버려 어탐기로 찾아낸 나만의 서식지도를 만드는데 2개월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조업에 필요한 장비들과 변화무쌍한 氣象이었다.
이것저것 바뀐 바다환경에 맞추며 준비하는 중에 친구들이 선물이라며 무전기를 설치해주었다.
‘고기를 살려서 입항하게 냉각기를 사주지. 뭘 이런 걸 사주냐?’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바다에 나가면 고기를 살려서 입항하는 일보다 네 목숨이 살아서 입항하는 것이 더 중요해. 그러니까 아무 말 말고 설치해 놔. 안전하게 바다일을 하는데는 아주 요긴할 거야. 어떻게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어군지도보다 이걸 먼저 설치했어야 했어.”
친구의 말대로 무전기는 요긴했다.
9월 5일에 첫 조업을 나갔다.
당시 내가 소유한 배는 1.4Ton의 소형이었다.
일반적으로 소형어선은 부부가 같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아내가 아프니 혼자서 해야 했다.
첫날, 아내의 응원을 힘입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름대로는 용감하게 출항을 했다.
첫 출어라 우선 통발을 100개만 던지기로 하고 고기가 있을만한 위치를 잡고 통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통발의 줄이 풀림에 따라 배가 조금씩 이동을 해주어야 하는데 꼼짝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배의 스크류가 다른 사람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버린 거였다.
‘아하! 이럴 때 쓰라고 선물을 해줬나보다’하면서 무전으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결국 그날 나의 첫 출항은 친구의 배에 견인(?)되어 항구로 무사히 돌아온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항구에 도착하여 배를 정박시켜놓고 친구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봐라 임마! 뭐 냉각기나 사 달라고? 바닷일을 하는 사람은 무전기가 최고야. 실감나지? 내가 30년째 배를 타는데도 아직도 일 년에 한 두번은 무전칠 일이 생긴다니까. 넌 배가 작고 혼자서 조업을 하니까 더 많을 걸.”
그 일 후로는 무전기를 애지중지하며 출항을 했다.
걱정하는 아내에게도 ‘무전기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하며 큰소리도 쳤다.
그러다가 작년 연말에 조금 더 큰 2.5톤으로 배를 교체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고로 구입한 배는 손을 봐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
형편에 맞춰 엔진보링을 시작으로 안전하고 편한 조업을 할 수 있도록 하나 하나 고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배의 평형을 잡아주는 설비를 하기로 했다.
내가 정박하는 항구에서 평형설비를 해주는 조선소까지는 육지로도 30여분이 걸리는 곳에 위치해있다.
아내에게는 “이번 설비만 끝나면 더 이상 돈 들어갈 일은 없을 거야” 하며 배를 조선소 도크에 얹었다.
작업은 사흘만에 끝났다.
그리고 배를 항구로 귀항시켜야 하는데, 바다의 풍랑이 심상치 않았다.
풍랑이 끝나면 배를 도크에서 내리고 싶었지만, 도크 입항이 예정되어 있는 다른 어선을 위해 내 배를 내려주어야 했다.
배를 가지러 가는 길에 배의 엔진수리를 하는 친구에게 들렀다.
“엔진오일 교체비로 10만원을 달라고 하여 그것만이라도 아껴보고 싶은데, 교체하는 법 좀 가르쳐 주라”
친구는 ‘웬만하면 조선소에 얘기해서 교체하는 것이 나을텐데’하면서도 교체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10만원을 아낀다’는 뿌듯함으로 친구에게 배운대로 도크에서 배를 내리기전에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귀항을 하기 위해 출발을 했다.
한달전에 보링을 한 엔진에 오일까지 교체를 했더니, 배는 조금은 위험한 풍랑에도 불구하고 잘 달렸다.
“이제 고기를 많이 잡는 일만 남았다! 바다야 기다려라. 내가 간다!”
그런데 어라, 배가 정박해야 할 마을항구까지 아직 절반이 남아있는데 배가 멈춰버렸다.
엔진이 꺼져버린 거였다.
다시 시동을 걸어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엔진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세상에나 엔진오일이 아예 없었다.
오일교환을 하면서 밸브를 완전히 잠그지 않은 탓이었다.
내 딴에는 다 잠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아니었다.
여기에서 엔진을 다시 가동시키면 아마도 엔진이 눌어붙어버릴 것 같아, 무조건 구조을 요청해야 했다.
이전에 스크류가 그물에 걸려 배가 멈췄던 기억이 나면서 무전기를 켰는데, 무전기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때까지 엔진이 꺼지면 무전기도 안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무전기는 어떤 조건에서도 터질거라 믿었다.
다행히 1년전에 친구의 말을 듣고 예비 배터리를 싣고 다닌 생각이 났다.
하지만 예비 배터리는 충전을 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그동안 통발의 미끼나 챙기고 기름이 있나 없나만 점검을 하고 ‘이 정도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출항을 한 탓이었다.
뱃사람은 출항을 할 때 안전한지를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던 친구의 말이 그때서야 실감이 났다.
풍랑으로 인해 다른 배는 출항도 하지 않아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었다.
바다는 조금씩 더 사나워져갔다.
무전기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이라며 턱하니 믿었는데, 어떻게 배터리 가 있어야만 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지 나 자신에게 화가 날 정도였다.
바람이 조금씩 더 세게 불어 조종실로 들어갔다.
바람이라도 피해서 있어야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항상 운전대 옆에 챙겨두는 휴대전화를 그때서야 보게 되었다.
“맞다. 전화가 있었지!”
항상 ‘무전기만 있으면..’이라는 생각으로 출항을 하다보니, 핸드폰을 깜빡 잊고 있었던 거였다.
‘이제 살았다!’하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인지 배터리가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저녁이면 아내가 ‘핸드폰 충전’이라고 말하면, ‘전화 쓸 일 없어. 그리고 이런 전자기기는 배터리를 소진시키고 충전시켜야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어’하면서 충전에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온 결과물인 셈이었다.
큰 배를 갖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원이 꺼져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두 명의 친구에게 전화를 하는동안 배터리 잔량이 확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으로 불안했다.
세 번째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서 “제발 좀 받아라”하며 기도까지 했다.
다행히 친구는 전화를 받았고, 항구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항구로 돌아온 지 한시간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안전이 최고니까 장비만지는 건 전문가에게 맡겨야 돼. 조금만 더 늦었으면 어쩔 뻔 했어?”
거세지는 바다를 앞에두고 친구가 내 어깨를 툭 쳐주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집으로 와서 아내에게 ‘핸드폰 없었으면 죽을 뻔 했다’는 말 끝에, 앞으로는 타박하지 않을테니 충전을 좀 잘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니, 저한테 연락하면 더 빠를텐데 굳이 친구를 찾아요? 아니면 122에 바로 전화해도 되잖아요? 왜 간당간당한 배터리로 친구만 찾았어요?”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122나 아내에게 전화하면 되었을 것을, 굳이 배가 있는 사람만 나를 구해줄 수 있을 거라며 친구에게만 전화를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대처법이었다.
그때 이후로는 출항을 할 때면 엔진은 물론, 예비배터리도 점검하고 핸드폰 배터리도 빵빵하게 충전해서 나가고 있다.
핸드폰은 122를 단축번호 0번으로 저장도 해두었다.
두 번의 경험덕분에 그때 이후로는 안전한 조업을 위해 출항전에는 무조건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친구의 말처럼 고기를 아무리 많이 잡은 들, 내가 항구로 돌아오지 못하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면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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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사고를 통해 안전한 조업을 위해 출항전 점검정비를 강화 하자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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